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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시장 규제] 使는 업무차질, 勞는 소득감소…승자 없는 근로시간 단축

  • [데일리안] 입력 2020.01.25 06:00
  • 수정 2020.01.25 10:21
  •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게임 등 인력 집중투입 필요한 IT업계 등 프로젝트 줄줄이 취소

中企 근로자 월 평균임금 33만원↓…투잡 내몰리며 생계 더 피폐

2019년 11월 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근로시간 단축과 중소기업 영향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중소기업중앙회2019년 11월 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근로시간 단축과 중소기업 영향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중소기업중앙회

# 지난해 11월. 국내 대표적인 게임업체 넥슨은 내부 개발 중이었던 게임 개발 신규 프로젝트 5개를 중단키로 결정했다. 해당 프로젝트에 소속된 개발자 100여명도 모두 다른 프로젝트로 재배치했다.


# 올해 1월. 기아자동차 노조는 지난해 임금협상 1차 잠정합의안을 부결시키고 파업으로 사측을 압박한 끝에 해를 넘겨 2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해 가결시켰다. 2차 잠정합의안에는 ‘잔업 재개’를 약속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 두 가지 사안은 정부의 무리한 근로시간 단축 시도가 노사 모두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넥슨을 비롯한 게임, IT 분야는 업종 특성상 일정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많은 시간이 투입되는 업종이다.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 집중적으로 많은 시간을 근무하지만 프로젝트가 끝나면 일정 시간 휴식으로 보장해주는 식으로 근로시간의 유연한 운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주52시간 근무제를 적용해 출퇴근 시간을 일정하게 맞춰야 한다면 프로젝트 진행 시간도 그만큼 늦춰진다. 탄력근로제를 활용한다 해도 현 3개월의 단위기간으로는 무용지물이다. 휴식일 보장 기간까지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프로젝트 진행에 쓸 수 있는 시간은 2개월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늘리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현재 환경노동위에 묶여 있고, 총선 시즌이 임박하면서 폐기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등 후발국들의 추격이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만 제도적 한계에 발이 묶인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오히려 중국산 게임이 국내 시장을 지배하는 것을 국내 게임사들이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이정헌 넥슨 대표는 신규 프로젝트 5개를 취소할 당시 사내 공지를 통해 “기존 방식으로는 성공한 신작을 만들어 내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고, 회사가 우선 집중해야 할 프로젝트를 신중하게 선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고충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주 52시간에 맞추려면 다수의 프로젝트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짐작할 수 있는 발언이다.


넥슨 뿐만이 아니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도 지난해 11월 ‘지스타 2019’ 에서 “이전에는 게임을 좀 더 빠르게(만들어) 장르를 선점하는 전략이 있었다면, 지금은 웰메이드 게임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하에서 ‘스피드’는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게임업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언급이다.


이같은 부작용은 급변하는 업계 기술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연구개발(R&D)에 매진해야 하는 IT업종이나 공기(건설기간)가 곧 비용 경쟁력인 건설업종, 일반 직장인들과는 근무 스케줄이 다른 서비스업종 등이 모두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고민이다.


근로자들을 위한 정책이라고 하지만 정작 근로자들도 근로시간 단축으로 피해를 입는다. 연장근로에 제한이 걸리면서 돈을 더 벌기 위해 일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에 놓인다.


중소기업연구원의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 영향 분석’ 보고서(노민선 연구원. 2019년 11월19일 근로시간 단축과 중소기업 영향 토론회에서 발표)에 따르면 근로시간이 주 52시간으로 단축되면 중소기업계에 12만3000명의 신규 인력이 필요해 총 5조9771억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반면, 직원 1인당 월평균 수입은 33만4000원 줄어든다.


시간외 근무가 축소되며 근로자들의 수입도 줄어드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시 퇴근 후 대리운전이나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 ‘투잡’으로 내몰리는 근로자들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생활은 더 피폐해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중복가입자 현황’(2019년 11월 17일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에 제출)에 따르면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중 2곳 이상의 일자리를 가진 가입자는 2015년 8월 15만3501명에서 지난해 25만5355명으로 62.5%나 늘었다.


문재인 정부가 그토록 외쳐온 ‘저녁이 있는 삶’은커녕 잠잘 시간까지 줄여가며 일할 상황에 내몰린 근로자가 10만명이나 늘었다.


근로시간을 줄여도 생계에 큰 지장이 없는 대기업 근로자들도 일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보다 일을 좀 더 하더라도 돈을 더 버는 것을 원한다. 기아차 노조가 ‘잔업 재개’를 요구하며 파업까지 벌인 게 단적인 예다.


물론 기아차는 잔업까지 하더라도 주52시간 범위 안에 들지만, 평균연봉 1억에 육박하는 대기업 근로자들도 ‘빠른 퇴근’ 보다 ‘높은 임금’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여준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회적 시스템이 성숙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무리하게 근로시간을 단축하며 기업이나 근로자 모두에게 어려움을 안겨주고 있다”면서 “특히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같은 보완장치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책 없이 근로시간 단축을 밀어붙이면서 주요 산업 경쟁력 악화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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