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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과 민주당에 노라고 말할 수 없는 나라

  • [데일리안] 입력 2020.07.02 09:00
  • 수정 2020.07.02 08:15
  • 데스크 (desk@dailian.co.kr)

비판한 조기숙·조응천 향한 저주와 조롱 막장 수준

온라인 불링 문빠들은 진보좌파의 공안 당국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전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비서관) ⓒ 영화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전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비서관) ⓒ 영화'노무협입니다' 캡처

지난해 3월 진보 당(민주당) 대표 이해찬이 한 말을 필자는 잊지 않고 있다. 당시에 상당한 충격으로 그 말을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보수 당(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이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옹호와 대변이 이제는 부끄럽다.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하자 집권당 충성파 행동대 의원들이 항의 소란을 벌였고, 연설이 끝난 뒤 이해찬이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은 국가원수모독죄에 해당된다”라고 나경원을 당장 감옥에라도 집어넣을 것처럼 준엄하게 ‘협박’한 것이다.


‘국가원수모독죄’라는 법이 대한민국에 잊지도 않거니와 국회 내에서 국회의원이 한 발언을 국가원수 모독으로 본 그의 의식과 국회관이 놀라웠다. 더욱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란 표현은 나경원의 창작물이 아니라 그 시기에 이미 외신(블룸버그)에서 제목으로 단 것이기도 했다.


유신 독재 시절 ‘원수’라는 말이 빠진 ‘국가모독죄’라는 건 있었다. 1975년 박정희 군사정부가 해외 거주 한국인들의 정권 비판을 막기 위해 만들었던 것인데(이렇게 알려져 있지만, 국내 반정부 운동 학생들이나 재야인사들에 대한 위협 목적이 더 컸으며 이들은 그것을 ‘국가원수모독죄’라고 불렀다), 민주화가 이뤄진 1988년 여소야대 국회에 의해 폐지됐다.


문재인 정부 때부터 훨씬 더 노골적이고 악랄해지고 있는 온라인 공간에서의 집권세력 내부 비판자(같은 진영 사람)에 대한 공격은 이해찬의 이런 시각과 맥이 닿는 것이다. 입으로는 민주와 정의 편이란 사람들이 행동으로는 불의와 폭력, 독재 편에 더 가까이 붙어 있다. 상대 진영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자기편에 칼을 들이대는 행동들이 그렇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다수라 할 소위 문빠(대통령 문재인을 극성으로 지지하는 자)들은 이런 점에서 진영 지지자들이 아닌 폭력 집단이다. 정권 쟁취와 사수를 위해 물불 안 가리는 홍위병(紅衛兵, 60~70년대 중국 마오쩌뚱의 권력투쟁 선봉에 섰던 학생 전위대)들과 같고, 인터넷 매체들에서 불링(Bullying, 집단괴롭힘)을 생활화하고 있는 명랑 사회의 암적 존재요 조폭 깡패들이다.


지난 1년 동안 집권 세력이 그 설치에 목을 매고 있는(무엇 때문인지는 그들 중에도 핵심 인사들만이 안다) 공수처(고위공직자수사처) 법안에 이의를 제기한 서울법대-검사 출신 전 의원 금태섭이 맹폭을 당한 데 이어 대통령, 그리고 대통령에게 충성을 다하느라 날마다 검찰총장 윤석열에게 소총질을 하고 있는 법무장관 추미애를 비판한 두 조씨가 이 조폭들에게 조리돌림을 당했다.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조기숙은 노무현 정부 시절 대표적인 ‘노빠’였다. 청와대 홍보수석을 하면서 여러 차례 설화(舌禍) 사건도 일으켰다. 박연차게이트에 대해 ‘생계형 범죄’라고 옹호했고, 노무현 정부 지지도가 떨어지자 “노무현 대통령은 21세기를 살고 있는데 국민들은 독재시대의 사고에 머물러 있다”고 민도 탓을 했으며, 대통령에 대한 언론의 비판은 심지어 한겨레 등 진보 언론이라 하더라도 무조건 문제가 있다는 시선을 지니고 있었다.


그랬던 그녀가 어찌된 일인지 뿌리가 같은 문재인 정부에는 가끔 비판적인 글을 올리고 있다. 특히 경제 정책이 그녀의 단골 공격 아이템이다.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이 우리도 일본처럼 부동산이 폭락할 테니 집을 사지 말고 기다리라고 하셨다더라”와 “대통령이 참모로부터 과거 잘못된 신화를 학습하셨구나, 큰일나겠다 싶었다”라고 썼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지적하며 그 정책 결정권자들을 비판도 했다. “부동산 대책이 (대통령) 임기 3년 동안 스무 번 넘게 나와도 가격이 잡히지 않으면 대책이 잘못된 것 아닌가. 왜 자신들의 대책이 잘못됐다는 반성은 없고, 국민들을 투기꾼 취급하며 ‘더 센 정책이 기다리고 있다’고 협박을 하는가?”


이후 조기숙이 친문 사이버 부대로부터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는 불문가지(不問可知)다. 그녀는 ‘반역자’가 됐다. “어디 일국의 대통령께 무례한 언사로 까 내리려는가”라는 비난을 들었다. 역사에서 악명 높은 그녀의 증조부 조병갑 이름도 당연히 나왔다. 고부군수 조병갑은 군민들에게 탄압과 착취를 자행, 동학농민운동을 직접적으로 유발한 인물이다. 조기숙은 결국 페이스북 글을 이틀 만에 삭제했다.


공수처 법안에 기권한 금태섭에 대한 당의 징계를 비판, 이미 문빠들에게 찍힌 서울법대-검사-청와대 비서관 출신 재선의원 조응천도 추미애의 언행을 비판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그는 페이스북에 “최근 추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일련의 언행은 제가 삼십 년 가까이 법조 부근에 머무르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광경으로서 당혹스럽기까지 하여 말문을 잃을 정도”라는 글을 올렸다.


한 문빠는 “삼십 년 가까이 법조 부근에 머무르면서 정권, 검찰, 사법부, 경찰, 언론이 이렇게 썩을 때까지 조 의원은 뭘 했나?”라고 비아냥거렸고, 다른 극성 대통령 지지자들도 “검찰 얘기 그만하고, 그냥 통합당으로 가라”, “조응천도 적폐다”라는 등의 비난을 쏟아 부었다.


한국의 의견 개진 문화가 이 정부 들어 매우 천박해졌다. 좋게 말해서 진영 대결이지 내 편 아니면 적이고, 그 적에 대한 야유가 논리도 없고 예의도 없는 시정잡배 수준의 폭언이다. 막장으로 치닫는 저주와 조롱을 부끄럼 없이 즐기고 있는 모습이다.


이들은 어떤 의미에서 과거 독재 정권 시절의 공안 당국 역할을 하고 있다. 검찰이나 안기부(국정원 전신)를 대신해 바른 말 하는 동료 민간인들을 겁박하고 말 복수 테러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이래가지고서야 어느 누가 진영 내부에서 노(No)는 노라고 소신 발언을 할 수 있겠는가?


요즘 ‘보수를 대표하는’ 진보 논객 진중권은 “문빠들에게 ‘비판’이란 그 의미를 파악해 논리적으로 반박할 언어현상이 아니라, 조건반사를 일으키는 자극, 즉 자동적인 신체반응을 촉발시키는 신호현상일 뿐”이라며 ‘파블로프의 개’에 빗댔다. 조금만 비판하면 즉시 조건반사적으로 달려들어서이다.


그들은 빈 밥그릇만 보아도 침을 흘리는 개란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는 행동을 일삼고 있는 자들이다.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동의하는, 좋은 학교 중의 좋은 학교를 나온 사람들이 그들의 지식과 양심을 가지고 한마디를 하면 경청을 해야 마땅한 자세일 텐데, 반역자니 적폐니 하며 홍위병처럼 야만적 집단 공격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마음이 정말 무겁고 한심스럽다.


얼마 전에는 보수 성향 청년 단체 소속 대학생이 학교 안에 대통령 문재인을 비판한 대자보를 붙였다고 해서 ‘건조물 침입죄’란 해괴한 죄명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국가원수모독죄’가 없으니 별 이상한 죄를 갖다 적용하는 방법이 과거 독재 정권들의 수사 기관들과 매우 흡사, 쓴 웃음이 나오면서 나라가 어디로 가려고 이러는지 걱정이 진지하게 들기 시작한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다.


ⓒ

글/정기수 자유기고가 (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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