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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수치를 세상에 광고하는 서울특별시장(葬)

  • [데일리안] 입력 2020.07.13 08:30
  • 수정 2020.07.13 10:12
  • 데스크 (desk@dailian.co.kr)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

피해자는 고통 속에 팽개치나

고 박원순 서울시장(왼쪽), 고 백선엽 장군. ⓒ데일리안 DB고 박원순 서울시장(왼쪽), 고 백선엽 장군. ⓒ데일리안 DB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회가 되었다. 정의는 소리를 더 크게 지르는 측의 것이다. 그걸 당연한 듯이 여기는 풍조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이것이 문재인 시대 대한민국의 특징적 시류다. 이성은 숨어버렸다. 디오게네스가 대낮에 등불을 들고 사람을 찾아다닌 심정이 이해되는 혼돈의 사회다. 문화사‧문명사가 맹렬한 속도로 뒷걸음치는 장면을 목도해야 하는 형벌을 왜 우리가 받아야 하는가.


기원전 300년대, 그 까마득한 옛날에 살았던 맹자는 인간의 본성으로 4덕, 그러니까 인의예지를 말했다. 그리고 그 단서로 4단(四端)을 제시했다. 측은지심(惻隱之心: 남을 가엽게 여기는 마음), 수오지심(羞惡之心: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착하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 사양지심(辭讓之心: 양보할 줄 아는 마음), 시비지심(是非之心: 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아는 마음)을 말한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


이건 누가 가르치고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우러나는 마음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원초적 조건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게 외면되고 경시되고 조소당하는 시대가 됐다. 이런 경향을 하필이면 ‘사람이 먼저다’ ‘인간 중심’을 유난히 떠들어대는 문 정권 시대에 확인하게 되는 이 아이러니라니!


부하 여성 직원을 지속적으로 성추행했다가 고소를 당한 것을 알고는 자살을 해 버렸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이야기다. 그는 책임을 회피했다. 뉘우침이 없었던 것이다. 자신에게 괴롭힘을 당한 여직원에게 부끄럽고 미안해하는 마음을 갖지 않았다. 유서에도 피해자에 대한 사과는 단 한 단어도 없었다.


그의 죽음을 대하는 좌파도 부끄러움을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은 조화를 보냈다. 민주당은 “고 박원순 시장님의 안식을 기원합니다. 님의 뜻 기억하겠습니다”라는 플래카드까지 내걸었다. 이해찬 당 대표는 빈소에 조문을 갔다가 성추행 문제에 대한 당 차원의 대응책을 묻는 기자를 노려보며 예의도 모르느냐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인간에 대한) 예의라면 고인에게 먼저 물을 일이었다.


그리고 서울시는 듣고 보느니 처음인 ‘서울특별시장(葬)’을 강행하고 있다. 자신의 부끄러운 과오로 자살한 사람에게 이런 특별한 장례식을 베푸는 까닭이 뭔가. ‘우리 편’의 죽음은 그게 어떤 것이든 거창하게 기려져야 한다는 생각인 것 같다. 옛날 같았으면 부끄러워 발상도 쉬쉬하며 했을 텐데 이들은 불명예스런 죽음에 대한 애도를 강요하고 있다.


유족이라도 이를 말리고 사양했어야 했다. 세상이 모르게 조용히 가족장으로 모시는 것이 피해자와 세상 사람들에 대한 도리일텐데, 서울시 측의 방침에 따르기로 한 모양이다. 박 전 시장의 부끄러운 행적을 세상에 광고하는 일에 유족들까지 가세한 모양새가 됐다.


서울시 관계자들은 의리 때문에, 유족들은 경황이 없어서 그랬다 하자. 정권의 최고 책임자인 문 대통령이나, 행정안전부 장관, 민주당 지도부는 무슨 생각이었는가. 그게 고인의 명예를 높여줄 일인가, 아니면 세상에 대고 거듭 창피를 드러내는 일인가. 명령을 할 수 없다면 권고라도 했어야 할 텐데 오히려 앞장섰다. 기가 막힐 뿐이다.


피해자는 고통 속에 팽개치나


물론 자기들 편은 당연히 그런 예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 사람들은 그게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는 관심 없고 거창하게만 하면 좋다는 쪽으로 생각이 단순화된 인간형이다. 그리고 만약 거창한 장례식을 막아 나서면 자기들의 지지기반인 좌파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을 것을 겁냈을 수도 있다. 바로 이것이 그들의 윤리이고 도덕이고 행동강령이다.


일부 시민이 서울특별시장(葬)을 막아 달라고 가처분 신청을 했으나 서울 행정법원이 이를 각하했다. 절차상의 문제를 들었는데, 그게 아니라도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무조건 떼를 지어 소리부터 질러대는 상대를 무슨 재주로 말릴 것인가. 이에 따라 박 전 시장의 장례식은 13일 예정대로 서울시청사에서 치러진다. 얼마나 영광스러울지 지켜보는 수밖에.


정부 여당의 권력자들, 서울시에서 힘 깨나 쓴다는 사람들, 그리고 이들의 주변에 있는 유력자라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 하나가 피해자에 대한 가혹한 고문임을 생각이나 하는지 모르겠다. 힘 있는 사람은 무슨 짓을 해도 찬사를 받고 힘없는 사람은 어떤 억울한 일을 당해도 피해자인 채로 남아야 하는가. 이것이 ‘사람이 먼저’인 문 정권 식의 사람대접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는 마음이 참담하다.


이런 마음에 위안을 얻으려 백선엽 장군 분향소에 다녀올 생각이다. 거룩한 삶, 영예로운 죽음이 무엇인지 100년의 일생으로 보여준 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려고 한다. 장군이 계셔서 대한민국이 존속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기며 한없는 존경을 표하고 싶다.


백 장군의 영전에 조문은커녕 애도의 말 한 마디조차 악착스레 아끼는 문 정권 안팎의 사람들(이해찬 민주당 대표 등 빈소를 찾은 사람들은 제외하고)에게는 이런 말을 해 줘야 하겠다. “왜 그렇게 사나요?”


ⓒ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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