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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속 ‘가출팸’, 자극만 주는 소재인가 현실 반영인가

  • [데일리안] 입력 2020.07.14 07:45
  • 수정 2020.07.14 09:59
  •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불량가족‘·’모범형사’ 등 다양한 장르서 활용

'불량한 가족'ⓒ(주)'발자국공장'

‘가출팸’은 ‘가출’과 가족을 뜻하는 ‘패밀리’를 합친 말이다. 가출 청소년끼리 일종의 그룹을 이뤄 생활하는 공동체를 뜻한다. 한국에서 ‘가출팸’이란 말이 대중매체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한 시점은 2011년으로, 무려 10년이 지났다. 그 사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멤버를 구하던 ‘가출팸’은 SNS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가출팸’이 어느 순간 영화와 드라마의 소재로 다채롭게 사용되고 있다. 극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로, 혹은 한 에피소드의 소재로 활용된다.


9일 개봉한 영화 ‘불량한 가족’은 정상적인 가족이지만 실제로는 불안한 부녀간의 관계와 대비되는 존재로 ‘가출팸’을 제시했다. 영화 속 ‘가출팸’은 피가 섞이지 않지만, 비슷한 나이대의 아이들이 모여 아빠, 이모, 딸로 부르며 구성된 관계다. 이들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돈을 버는데 문제는 영화가 이 ‘가출팸’을 가족의 빈자리를 메우는 하나의 대안으로 그려 '가출팸' 미화라는 지적이 일었다. 감독은 ‘가출팸’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어서 소재로 썼다고 했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은 보는 내내 불편했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종영한 OCN 드라마 ‘번외수사’에서도 ‘가출팸’의 모습이 나왔다. 성인이 된 범죄자가 가출한 아이들을 모아놓고 살인, 절도, 성매매를 시키는 장면이 그렇다. 이후 범죄자는 잡혔고, 가출팸은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각종 강력 사건에 연루된 가출팸의 모습은 현실을 반영했다는 의견과 자극적이라는 반응으로 갈렸다.


현재 방영 중인 JTBC 드라마 ‘모범형사’에서는 살인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은 범죄자의 딸 이은혜(이하은 분)이 ‘가출팸’에 속해 있는 모습이 그려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미성년자의 성매매, 폭행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여럿 등장해 ‘자극적’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가출팸’의 모습을 가장 적나라하게 그린 영화는 ‘박화영’(2018)이다. 김가희라는 걸출한 배우를 세상에 선보인 작품으로 ‘가출팸의 세계와 그들의 속내를 날것 그대로 풀어냈다.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가출팸‘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욕설, 흡연, 원조교제 같은 장면을 가감 없이 그린다. 영화는 "불편할 수 있지만 이게 진짜"라는 이유로 가출팸을 정면으로 다룬다. 그러면서 이들이 왜 이런 삶을 살아야 하는지, 어른들과 사회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이외에도 영화 ‘두 남자’, ‘모범생’ 등에서, OCN 드라마 ‘실종 느와르 M’ 등에서 ‘가출팸’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문제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담긴 ‘가출팸’들의 모습은 폭력, 살인, 절도, 성매매 등 수위가 강한 내용 중심으로만 이어진다는 점이다. ‘가출팸’의 구성원이 미성년자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을 대상으로 한 소재가 반드시 드라마나 영화에 필요했는지 의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모범형사' 방송캡처

‘박화영’과 같이 극 전체가 ‘가출팸’을 다룬 사회고발성 내용이라면 모를까, 드라마의 한 에피소드나 장면 활용을 위해 ‘가출팸’의 행태를 집어넣는 것은 무리수라는 지적이다. 앞서 언급한 ‘모범형사’에서 미성년자가 호텔에서 나오는 모습으로 성매매를 암시하는 듯 연출한 장면이 그렇다.


결과적으로 일부 ‘고발성’ 스토리가 아닌 상황에서 에피소드 하나를 살리기 위해 ‘가출팸’의 범죄 행위를 고스란히 보여줄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굳이 이를 다루려 하는 시도가 보이는 것이다. ‘불량한 가족’처럼 다른 시선으로 ‘가출팸’을 다루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범죄 행위를 하는 ‘가출팸’을 ‘진정한 가족’처럼 그려내는 이상한 흐름도 있다.


‘가출팸’에 대한 시선은 좋지 않다. ‘가출팸’이 저지르는 범죄 역시 2011년 이후 10년 동안 꾸준히 알려졌다. 영화나 드라마 속 소재도 이런 사실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미성년자가 구성원인 ‘가출팸’의 소재를 다룰 때는 보다 신중해야 한다.


2011년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김혜성(당시 미래희망연대) 의원이 가출청소년 909명으로 대상으로 조사해 ‘가출팸’ 실태를 발표했다. 160명이 ‘가출팸’을 경험했고, 이중 절반 가까이가 모텔에서 생활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가출팸’에서 겪는 어려움으로는 ‘아플 때’,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어려울 때’, ‘절도‧성매매 등 비행 강요’ ‘성폭행‧신체적 폭행을 당할 때’ 등을 꼽았다.


11년 전 사회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그 어려움이 9년이 지난 현재에는 드라마와 영화에서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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