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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룡열전③] '박원순 사태'로 주목…나경원 '제2의 부활' 전망은

  • [데일리안] 입력 2020.07.16 04:00
  • 수정 2020.07.23 13:28
  •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2011년 나경원-박원순 대결의 '9년 후' 대반전

당시 선거가 한 여성의 불행과 시민 경악 초래

33개월 공백 뒤 '정치적 부활'…재연 이뤄낼까

자천타천으로 범보수 진영의 잠룡(潛龍)으로 거론되는 인사들. 사진 왼쪽 위부터 홍준표 무소속 의원, 김태호 무소속 의원, 나경원 미래통합당 전 원내대표,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 홍정욱 전 의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윤석열 검찰총장, 황교안 미래통합당 전 대표. 순서는 원내와 선수(選數)를 우선으로 하되, 선수가 같을 경우 성명 가나다순이다. ⓒ데일리안 사진DB자천타천으로 범보수 진영의 잠룡(潛龍)으로 거론되는 인사들. 사진 왼쪽 위부터 홍준표 무소속 의원, 김태호 무소속 의원, 나경원 미래통합당 전 원내대표,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 홍정욱 전 의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윤석열 검찰총장, 황교안 미래통합당 전 대표. 순서는 원내와 선수(選數)를 우선으로 하되, 선수가 같을 경우 성명 가나다순이다. ⓒ데일리안 사진DB

미래통합당 당헌 제73조는 대선 240일 전부터 대선예비후보 등록을 받도록 규정한다. 20대 대선은 2022년 3월 9일이다. 역산하면 통합당의 대선예비후보 등록은 내년 7월 12일부터다. 우리나라 적통(嫡統) 보수정당의 대권 레이스가 불과 1년 앞으로 성큼 다가온 것이다.


최근 통합당 내에서는 흥행과 감동, 확장성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대선후보 경선을 하자는 논의가 물밑에서 한창이다. 한 종합편성채널의 인기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인 '미스터트롯'처럼 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기류로 볼 때 대선후보 경선 일정이 당헌에 정해진 것보다 더 빨라지면 빨라졌지, 늦어질 가능성은 없어보인다.


나경원 미래통합당 전 원내대표가 지난 2014년 7·30 재보궐선거에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한 당시, 서울 동작을 지역 사당역 부근 거리에서 열린 선거 출정식에서 주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나경원 미래통합당 전 원내대표가 지난 2014년 7·30 재보궐선거에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한 당시, 서울 동작을 지역 사당역 부근 거리에서 열린 선거 출정식에서 주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4·15 총선에서 분패한 뒤 침잠하고 있는 나경원 미래통합당 전 원내대표에게 '박원순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 여성의 4년여에 걸친 불행과 1000만 시민의 경악을 빚은 '박원순 시정(市政)'의 등장에는 오세훈·박원순·안철수·나경원이라는 네 명의 주연이 있었다. 오세훈 전 시장은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비극적으로 퇴장하며 박원순 전 시장이 등단할 빌미를 제공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지율 4%에 불과하던 박 전 시장을 끌어안고 손을 들어줬다.


통합당 관계자는 "당시 박원순 전 시장에게 홀로 맞섰던 나경원 대표는 이 '비극'의 악역인 것처럼 상징 조작을 당했지만, 9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보면 나 대표가 당선됐더라면 한 여성의 불행도, 1000만 시민의 경악도 없었을 것"이라며 "'박원순 사태'는 나 전 원내대표가 사실 선역이었다는 게 드러난 대반전"이라고 해설했다.


서울법대 82학번으로 판사 출신인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2004년 총선으로 정계에 입문할 때부터 세련된 대중성과 친화성으로 주목을 받았다. 여성 비례대표 의원의 생환율이 극도로 낮은데도 2008년 총선에서 험지 서울 중구에 출마해 재선 고지에 올랐다.


서울 중구는 정일형~정대철~정호준으로 이어지는 민주당 정치인들이 3대에 걸쳐 아성을 구축한 지역구다. '거물' 정진석 의원이 2012년 총선에서 이 곳에 험지출마했다가 정호준 전 의원에게 분패했던 점을 고려하면, 나 전 원내대표의 선거 경쟁력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재선이었던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의원직을 던지고 임했던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선거 경쟁력을 보여준다. 나 전 원내대표는 박원순 전 시장에게 7%p 차로 패배했다. 당시에는 큰 패배를 당한 것처럼 묘사됐지만, 이후 두 차례의 서울시장 선거에서 정몽준 후보는 13%p, 김문수 후보는 29%p를 박 전 시장에게 졌다. 나 전 원내대표는 선전했던 셈이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에게 있어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낙선 이상의 큰 아픔이었던 것은 좌파 진영이 그를 보수 진영의 차세대 여성 리더로 인식하고 흠집내기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는 점이다.


'박원순 캠프'는 나 전 원내대표를 상대로 '피부시술 의혹'을 제기했다. 여성혐오 정치의 출발점이었으며, 여성 후보를 겨냥한 비열한 공격이었다는 지적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보수 남성 후보가 좌파 여성 후보를 상대로 지금 이러한 공격을 한다면 정치적으로 매장당했을 것"이라며 "'박원순 사태'를 겪고보니 이러한 네거티브 공격을 승인했을 박원순 전 시장의 여성관이 예전부터 예사롭지 않았던 것으로도 느껴진다"고 술회했다.


의원직까지 사퇴하고 배수진을 친 채 선거에 임했던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낙선한 뒤 이듬해 2012년 총선에도 불출마를 했다. 33개월에 걸친 긴 정치적 공백의 시작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이 해에 집권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나 전 원내대표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돌면서, 일각에서는 나 전 원내대표가 "끝났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 전 원내대표 본인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경원이 정치적으로 끝났다'는 소문이 퍼지자, 내가 맡고 있던 장애인올림픽 관련 활동조차 어려워지더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랬던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2014년 7·30 서울 동작을 보궐선거 당선을 통해 화려한 '정치적 부활'을 이뤘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비롯해 여러 사람들이 출마하지 않으려 해서 '폭탄 돌리기'를 하던 중에 나 전 원내대표가 후보를 맡아 당선을 이뤄냈다.


1995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한 정원식 전 국무총리와 박찬종 전 의원,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한 강금실 전 법무장관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2002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한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제자리로 되돌아오는데 무려 18년이 걸렸다. 통합당 관계자는 "서울시장 선거의 패배자가 재기한 사례가 거의 없다"며 "나 전 원내대표가 33개월만에 '정치적 부활'을 이뤄냈다는 것은 질긴 정치적 생명력과 회복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진단했다.


시장 후보·원내대표 때 좌파 '음해'의 집중표적돼
"고소인은 羅 비서" 음해, 이제는 여론 반향 없어
'제2의 부활' 선택 기로에서 주관 뚜렷이 세워야


나경원 원내대표와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지난 2018년 12월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으로 선출된 뒤 꽃다발을 받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나경원 원내대표와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지난 2018년 12월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으로 선출된 뒤 꽃다발을 받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렇게 '부활'한 나경원 전 원내대표를 다시 가라앉게 만든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정치권 관계자들은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선출이 오히려 정치적인 독(毒)이 됐다고 분석했다.


한 통합당 의원은 "김성태 전 원내대표에 이어 계속해서 '복당파'가 당무를 전단할 것을 우려한 의원들이 나 전 원내대표의 출마를 강권한 것"이라면서도 "계파색이 옅은 나 전 원내대표의 선출은 의원단 결속을 이뤄냈을지는 몰라도 나 전 원내대표 본인을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집요한 흠집내기성 공세의 표적으로 만들었다"고 혀를 찼다.


원내대표를 하던 시기, 서울법대 82학번 동기인 조국 전 법무장관의 딸 부정입학 의혹 등 이른바 '조국 사태'가 터지자, 친문 진영에서 '물타기' 목적으로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아들을 겨냥한 입시부정 의혹을 제기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 의혹은 총선 때까지 나 전 원내대표를 괴롭혔다. 선거가 끝난 뒤에야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에 의해 집중적인 공격이 이뤄졌던 아들의 포스터 제1저자 의혹은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별로 거론되지도 않았던 다른 포스터에서의 제4저자 등재만 아주 경미한 연구윤리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명났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실책도 없지 않다. 통합당 동료 정치인들은 나 전 원내대표를 가리켜 "소통의 리더십이 탁월하다"고 평가한다. '소통의 리더십'에는 폭넓은 경청이라는 밝은 부분이 존재하는 한편 어두운 부분도 있다. 한 통합당 의원은 "주변 사람들의 말을 널리 듣고 조언을 구하지만, 자신의 주관이 뚜렷치 않은 것처럼 비쳐질 때가 있다"고 했다. 다른 통합당 의원은 "귀가 좀 얇으시더라"고 좀 더 직설적으로 평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2018년말 원내대표 출마 직전 데일리안과 인터뷰에서 "예전부터 집단지도체제를 말씀드렸다"며 집단지도체제가 지론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선출된 뒤 몇몇 중진의원들의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단일지도체제 수용으로 선회했다. 이는 '황교안 체제'의 등장을 불렀다.


단일지도체제에서 선출된 황교안 전 대표의 강경투쟁 노선 고수에는 견제장치가 없었다. 한 통합당 의원은 "나경원 대표의 평소 스타일로 볼 때, 몇 번이나 '이건 아닌데…'라고 고개를 갸웃했을 것"이라면서도 "내홍이나 '투톱 갈등'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해 나 대표가 황(교안) 대표의 강경투쟁 노선에 휘말려들어가 이미지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공수처·선거제 패스트트랙 정국이 중대 국면을 맞이했을 때,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이인영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와 공동 방미를 할 기회가 있었다. 방미 중 허심탄회한 대화가 기대됐으나, 여야 원내대표가 미국으로 출국하는 날 황교안 전 대표가 돌연 단식에 돌입했다.


통합당 관계자는 "방미 일정이 오래 전부터 잡혀있었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없는 단식 돌입 시점"이었다며 "심지어 당대표 관계자가 미국으로 출국하는 원내대표를 향한 비난 발언까지 흘렸다. 나 전 원내대표가 뒤통수를 세게 맞았던 셈"이라고 회상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결국 그해 12월에 기이한 당헌당규 해석 끝에 '찍어내기'를 당했다. 통합당의 전직 중진의원은 "당대표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집단지도체제가 채택됐더라면 이런 결말은 없었을 것"이라며 "나경원 대표도 '투톱 갈등'을 감수하고서라도 황 대표의 강경투쟁 노선에 제동을 걸었더라면 같이 몰락하기까지야 했겠느냐"라고 탄식했다.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은 "모든 사람들을 잠깐 속일 수 있고, 일부 사람들을 영원히 속일 수 있겠지만, 모든 사람들을 영원히 속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총선이 끝난 뒤 나온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의 발표처럼 나경원 전 원내대표를 겨냥한 친문 진영의 '음해'가 하나하나 벗겨지고 있다. '박원순 사태'가 터지자 상습적 사기 전과자인 한 친문 성향 인사는 페이스북에 '박원순 시장을 고발한 여인은 나경원의 전 비서'라며 습관처럼 나 전 원내대표를 음해했지만, 마치 '양치기 소년' 우화마냥 이제는 허위사실에 따른 여론의 반향조차 없는 상황이 됐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2011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전 시장에게 분패한 뒤 33개월 간의 공백 끝에 보란 듯 '정치적 부활'을 이뤄냈다. '제2의 부활'은 언제쯤 이뤄낼 수 있을까. 그 무대는 2022년 대선일 수도 있으며, 9년 전 겨뤘던 상대의 몰락으로 운명처럼 마련된 2021년 서울시장 선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 전 원내대표의 정치적 선택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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